
그 해 9월 1일
여름 내도록 기승을 부려대던 더위의 잔열이 아직도 남은 것인지 매미가 맴맴 울어댔다. 현석은 이런저런 서류를 뒤적이며 빠르게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경감님, 선진화파의 정보원으로부터 서신이 왔습니다. 준혁이 종이뭉치를 가져오자 현석은 고마워. 하고 웃어 보였다. 종이뭉치를 받아들고 훑던 현석은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는 졸고 있던 서재호 경장을 불렀다. 재호 형사, 고생 한 건 알지만 일어나서 자료 좀 찾아줄래? 라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깬 재호는 황급히 서류고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어, 그게 어딨더라. 서류고를 뒤적이던 재호가 멍청히 중얼거리자 옆에서 그 하는 양을 지켜보던 미정은 그런 재호를 한 심하게 보며 재호가 뒤적이던 책장 옆에서 서류를 꺼내들었다. 여기요, 경감님. 헤헤 웃으며 현석에게 서류를 건네는 미정에 재호는 찾을 수 있었다고- 하며 맥 빠진 표정을 지었다. 현석은 두 사람이 하는 양을 가만히 보다가 정보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작은 투닥거림을 멈춘 미정과 재호가 그를 돕기 위해 다가왔다. 셋이서 머리를 맞대고 생각을 하던 중 현석이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이거 찾으시는 거죠 경감님? 세훈은 웃으며 보고서를 내밀었다. 좋아 정확해. 고마워 도 경사. 현석은 정확히 원하는 것을 준비해둔 세훈에게 못 당하겠다는 듯 웃으며 다시 선진화파의 거래 장소 파악에 박차를 가했다. 아무래도 여기 같지? 세 사람은 여러 후보 중에서 한 장소를 축약했다.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좋아- 그럼 서둘러 가보자고. 내근인 도 경사를 제외한 형사들은 출동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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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화파의 거래 장소에 도착한 형사들은 탈주로를 막고 빠르게 거래 현장으로 향했다. 현석의 시야에 정보원인 소완국이 들어왔다. 선진화파에 잠입한 다른 경찰들은 보이지 않았다. 다른 장소로 갔거나 거래에서 제외된 것이겠지.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현석은 천천히 총구를 들어 올렸다. 타앙- 공포탄이 날아갔다. 꼼짝 마! 경찰이다! 조직원들은 재빠르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우왕좌왕하는 말단들을 경찰들이 하나 둘 구속하는 와중에 소완국이 물품이 든 가방을 내려놓고 도망가는 것이 보였다. 너무 티 나는 거 아닌가 몰라. 현석은 완국이 내심 걱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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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에 도착한 현석은 현장에서 입수한 가방을 열었다. 그러나 무게만 채우는 천 조각 따위만 들어 있을 뿐이었다. 미끼였나보군. 현석은 허, 하고 한숨을 내 쉬었다. 답답한 마음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만 같았다. 후우, 한숨을 깊게 내쉬고는 벌떡 일어나 근태에게로 향했다. 근태 형. 오늘도 허탕이야. 현석은 숨을 크게 내쉬었다. 뭐, 이번에도 어쩔 수 없지. 좀 쉬면서 생각 정리라도 해. 생일이지 않나. 근태는 현석을 안타까운 눈으로 보며 말했다. 아, 그렇지. 지금 시간이... 으아아악! 근태 형, 나 오늘만 먼저 퇴근해도 될까? 혜연이랑 보내기로 했는데 완전히 까먹고 있었어... 근태는 허허 웃으며 그렇게 하라고 말했다. 그럼, 난 가볼게. 황급히 나가는 현석에게 근태는 생일 축하해. 하고 진지한 입가를 살짝 끌어 올려보였다. 고마워 근태 형. 근태의 사무실 문이 닫혔다. 어, 뭐야. 경감님 생일이셨어요? 문 옆에 서 있던 재호가 근태의 말을 들은 것인지 수선을 떨었다. 어, 그래. 들었어? 현석은 멋쩍게 웃었다. 에이, 좀 말해주시지... 생일 축하드려요. 경감님. 헤헤 웃으며 말한 재호를 시작으로 미정과 준혁, 세훈까지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하하, 다들 고마워. 이만 먼저 가도 될까? 혜연이가 기다리고 있거든. 다급한 현석의 모습에 세훈이 네 경감님. 먼저 들어가십시오. 하고 웃어보였다. 현석은 황급히 서에서 나가며 휴대전화를 꺼내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선명하게 박혀있는 부재중 전화라는 글자에 현석은 황급히 혜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 늦었잖아요-! 미안, 미안 혜연아. 지금 가고 있어. 응, 그래. 거기로. 짧은 통화를 마친 현석은 서둘러 약속 장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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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여기에요. 혜연이 방긋 웃어보였다. 하아, 하아, 하아- 현석은 땀을 뻘뻘 흐리며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혜연은 작게 한숨 쉬고 혹시나 해서 들고 나온 부채로 부채질을 해주었다. 천천히 오셔도 되는데 왜 이렇게 뛰어 오셨어요 아빠. 혜연이를 더 기다리게 할 수는 없지. 숨고르기를 마친 현석은 혜연에게 다정하게 웃어보였다. 가요, 아빠. 응, 그래, 그래. 가자. 부녀는 마주 웃으며 걷기 시작했다. 아빠, 아침에도 말씀드렸지만, 생신 축하드려요. 그래, 우리 혜연이. 혜연이도 고마워. 부녀는 음식점으로 들어갔다.